올리버의 재구성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리즈 뉴전트(Liz Nugent)”의 장편 데뷔작 “올리버의 재구성(Unravelling Oliver)”입니다. 이 작품은 ‘프란시스 맥매너스 상(Francis McManus Award)’ 최종후보에 뽑혔던 자신의 단편을 작가가 6년간 수정하고 보완해서 독특한 심리 스릴러로 완성시켜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과 평단에 호평을 받으며 아일랜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습니다.

매력적인 중년 남자 “올리버 라이언”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동문학 작가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하여 안정되고 부유한 삶을 살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부인인 “앨리스”를 구타하여 혼수상태에 빠트리게 됩니다. 이 사실에 매스컴과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기관리에 철저했고 폭력적인 면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올리버”의 행동에 놀랍니다.

​결국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나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심리검사를 받으며 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쓰라림과 증오, 좌절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고 한다. 흥,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군.

이웃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생각 따위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다.

자신이 쓴 아동문학 시리즈가 연극, 영화화까지 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작가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올리버 라이언”은 아주 매력적인 50대 남자입니다. 순종적인 아내 “앨리스”와의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결혼 생활은 적당히 유지하는 한편,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다른 여자들과의 외도도 즐기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올리버”는 자신의 아내 “앨리스”를 죽기 직전까지 구타를 합니다. 자신의 아내를 구타해서 혼수상태에 빠트린 유명작가의 이야기는 온 세상이 다 알게 되고, “올리버”를 알던 많은 사람들은 놀라며 “올리버”의 과거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올리버”를 포함한 각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올리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지난 한두 달 동안 이곳 신문의 머리기사에도 올리버 라이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나는 더 이상 매스컴과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고 인터뷰 요청들을 사양하고 있다. 올리버가 아내를 구타한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내게도 책임이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비극적인 일이지만, 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내 기억은 저절로 1973년의 수확기로 제일 먼저 돌아가고, 거의 40년 전에 느꼈던 고통을 아직도 생생하게 다시 느낀다.

이 작품은 “올리버”가 아내 “앨리스”를 때린 후부터 시작됩니다. 그것이 첫 번째 구타였고 스스로도 놀란 “올리버”는 집을 나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집에 가서 “앨리스”를 때립니다. 두 번째 구타가 시작되면서 “올리버”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죽기직전까지 아내를 구타합니다. 깨어날 가능성이 낮은 혼수상태. “올리버”는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기로 결심하고 소설은 각 챕터마다 “올리버”와 그를 아는 주변인들의 일인칭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불우했던 학창시절의 유일했던 친구, 대학동창, 그의 정부였던 이웃집 여자, “앨리스”의 오랜 친구, 70년대 프랑스에서 포도농장을 했던 여인 등 모두가 각자 기억하고 있는 “올리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올리버” 자신도. 그리고 여러 명의 기억들이 한데 모아져서 그동안 알려진 성공한 작가“올리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결국 “올리버”란 남자가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튀어 나오게 된 순간 그가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고 폭력이라는 행위가 발생한 이유가 밝혀집니다.

그해 여름 로라와 올리버 사이에 무언가 끔찍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 끔찍해서 로라가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넣고 바다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 무언가가.

“올리버의 재구성”은 주인공 “올리버”의 고백과 일곱 명의 증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처음부터 흡입력이 강한 스타일이 아닌 독자를 점점 빨아들이는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건방지고 자기중심적이어서 독자가 절대 좋아할 수 없는 남자“올리버 라이언”의 이야기와 그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올리버”가 얼마나 자기기만적인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고 더 혐오스러운 인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가 괴물로 태어난 것인지 점점 괴물로 만들어진 것인지 의문 역시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존재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반평생을 노력했던 “올리버”에 대한 동정심도 생깁니다. 그렇다고 그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인생이 불행하게 시작되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그가 아닌 다른 “올리버”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판사의 보도자료 처럼 마치 한 남자의 재판기록을 읽는듯 한 느낌을 주는 “올리버의 재구성”은 ‘왜?’를 찾아가는 whydunit이 중심인 독특한 구성의 심리스릴러입니다. 재미뿐 아니라 우리 각자가 타인을 바라보고 평가하는게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명확한지도 제대로 보여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작가 “리즈 뉴전트(Liz Nugent)”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데뷔작은 정말 좋습니다.